[논문 밖 과학 읽기] 떨리는 게 정상이야 (윤태웅 저/에이도스)

2019. 7. 11. 04:07논문 밖 과학읽기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영복 “떨리는 지남철” 중

 

제어계측을 연구하는 공학자이자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윤태웅 교수는 삶의 떨림으로 드러나는 자기 성찰로부터 시작하는 ‘공부’, 교육자로서의 ‘학교’, 시민으로서의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을 그 만의 정갈하고 절제된 문체로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정의로 시작한다. 사람들이 과학 지식을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신뢰의 바탕엔 과학자들의 성공적인 사유 방식과 방법론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존 지식에 대한 합리적 의심, 데이터 기반의 실증적 태도와 정량적 사고, 지식의 보편적 체계화, 설명과 예측 능력이 장착된 이론의 제시 등을 들 수 있으며, 자신의 이론이 데이터와 모순될 때, 오류를 인정하는 열린 태도를 과학의 민주주의적 속성이라고 정의한다. 과학이 학설을 기반으로 정립되어 오는 과정에서 ‘증거 기반 집단 지성’인 과학 공동체의 역할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우기지 않는 것”이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저자의 과학에 대한 기본 정의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자로서의 일관되고 명확한 논리를 뒷받침하며, 교육자이자 시민으로서 교육과 세상을 보는 합리적인 혜안을 드러낸다.

저자는 연역 추론으로서 수학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 가운데 가장 확실한 지식체계이자, 모호함이 없이 구성된 정교한 언어라고 이야기한다. 이로서 수학은 엄밀한 개념 정의와 정교한 문장 수사, 정량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와 더불어 논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사유체계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수학에 대한 그의 개념은 답을 찾아가고 질문하고, 익숙함을 치열하게 의심하고, 비움으로 배움을 채워가는 공부의 과정을 통해 애매함과 모호함을 없앤 분명하고 명확한 논리를 어떻게 풀어놔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

대학에 대한 저자의 글들에는 평범하지만 합리적인 교육자로서의 그의 생각이 내제되어있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력을 배출해내는 현재의 대학에 대한 성찰, 그 가운데 대접받지 못하는 제자들을 보는 안타까움, 교내 성폭력, 논문 표절, 대학 내 갑을 문제와 대학교육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학문을 기르치는 기관이자 미래를 위한 지적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에 대한 ‘수학적 사유’의 기회를 내어준다.

먼저 시민이 되자!

 

4대 강 사업과 관련해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낸 토목공학 단체가 있었는지, 정부 주도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원자핵공학자들 중 과거 정부 주도 원전정책을 비판한 이들이 있었는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나선 과학자 단체가 있었는지를 돌아보며 과학자가 스스로 시민임을 깨닫고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역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 세월호와 탈원전, 트랜스젠더와 여성교수 임용, 과학기술인과 헌법의 이야기까지 시민으로서의 그의 깊은 사유는 개인을 넘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 ESC)라는 단체에 이른다.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유의 문화를 뿌리내리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과학자의 모습을 지향하는 ESC의 목적이야말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67개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을 관통하는 ‘떨림’은 지남철을 들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자 과학자이자 시민으로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 이어야 한다.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하고 검증을 해 나가는 과학자들의 삶이야 말로 멈추지 않고 늘 떨리고 있는 삶이 아닌가? 세상과 분리된 과학이 아닌 세상과 함께 나아가는, 그래서 늘 과학적 사유를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소통하며 한 걸음씩 내딛는 그 떨림을 저자는 응원하고 있다. ‘떨리는 게 정상이야’라고…

 

답 찾기보다 문제 만들기가,
권위에 대한 맹종보다 합리적 의심과 질문이,
불성실한 성공보다 성실한 실패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더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본 글은 브릭의 [논문 밖 과학읽기]에 연재한 글입니다. 

원문 링크: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8598&BackLink=L215Ym9hcmQvbGlzdC5waHA/Qm9hcmQ9bmV3cyZQQVJBMz0z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