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불평등 (마리 힉스 저, 권혜정 역/ 이김)
드드득 탁! 탁! 탁! 탁! 사방에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운다. 여성들이 책상에 열을 맞춰 앉아있고, 그들 앞에는 구형 타자기처럼 생긴 에니그마(회전자로 작동하는 암호 기계의 한 종류)가 놓여있다. 방을 채운 기계소리는 그들이 쉴 새 없이 눌러대는 에니그마의 소리였다. 1943년 영국’ 블렛츨리 파크’에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렛츨리 서클]이란 드라마의 첫 장면이다. 영국 정부는 전쟁 중 20-30세의 미혼여성이나 아이가 없는 과부등을 블렛츨리로 불러들여, 암호를 해독하고 전투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전초기지를 구축하고 그들에게 정보 처리를 위한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블렛츨리 서클]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끝나고 국가 기밀..
2019. 5. 3.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