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협주곡 2-8] [창시자 효과]와 여성과학자

2019. 4. 25. 05:20과학협주곡

(2018-08-07 09:56)

 

2009 여성 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와 그녀의 제자 캐롤 그라이더 교수는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와 텔로미어 생성 효소인 텔로머라제의 염색체 보호 기전을 밝혀낸 연구로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 블랙번 교수가 40세에 그라이더 교수가 박사과정이던 27세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그들은 노벨상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스승과 여성 제자가 함께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기록을 남겼다. 노벨상 수상 , 텔로미어 연구분야에 여성이 많은가1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라이더 교수는 “창시자 효과 (Founder effect)2 때문이라고 말한다3.

 

 

그라이더 교수의 족보를 따라 올라가 보면, 유명한 세포 생물학자이자 세포 유전자 위치를 관찰할 있는 In situ hybridization 기법을 개발한 조셉 G. 교수가 있다. 1950년대 초기부터 여성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했던 그는 Galls Gals”이라 불리는 텔로미어 연구분야의 걸출한 여성과학자들을 배출했으며, 중에 명이 그라이더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블랙번 교수이다. 가계도처럼 세대마다 텔로미어와 세포 유전학 연구를 하는 여성과학도들은 배가 되었으며 이것이 그라이더 교수가 이야기한 교수의 “창시자 효과”이다.

편견 없이 낮춘 실험실 문턱

반세기 금녀의 공간인 실험실을 파격적으로 여성과학도들에게 열어준 교수의 뒤에는 그의 어머니가 있다4.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던 그의 어머니는 1920년대 가족 최초로 대학을 졸업했으나, 과학자가 아닌 ‘가정주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끊임없이 어린 교수를 자연으로 안내했고, 곤충을 채집하고 그것들을 집에 가져와 함께 곤충도감을 보며 분석했다. 그에게 생물학적 연구의 지평을 열어준 곤충과 동물을 보면 질색을 했던 변호사인 아버지가 아니라 ‘가정주부’인 어머니였고, 그는 그의 어머니를 통해 ‘여성의 적성과 소질이 남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교수는 자신이 특별한 일을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1950-1960년대 연구하고 싶은 남녀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고, 이를 통해 생물학 연구에 재능이 있는 유능한 과학도를 육성하고 함께 연구하는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이해와 상생의 실험실

그라이더 교수는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개최한 노벨상 수상을 발표하는 프레스 컨퍼런스에 아이들을 데려갔다. “지난 수년간,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가진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노벨상을 받았습니까? 그들은 그들의 자녀들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까? 이것이 남성과 여성 수상자의 가장 차이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그녀가 걸어왔고 걸어갈 길에서 해결해야 가장 도전은 남성 세계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여성이라고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찍었던 그날의 사진은 여성과학자이자 어머니로서 무게 있는 가지 역할을 감당하는 여성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반세기 시작된 텔로미어 연구의 여성 파워는 여성으로서 고민하고 이겨 나가야 역경들을 수직적·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이해하고 오히려 그들의 질적인 연구 향상을 위해 창의력과 혁신으로 무장한 활기가 넘치는 연구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블랙번 교수와 그라이더 교수는 과학과 가정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양립할 있는 상생의 존재임을 증명하고 세계 과학계를 향해 설파하고 있다.

 

대를 이어가는 연속성

여성과학자들의 권익을 위해 행동하는 운동가(Crusader)5 블랙번 교수는 스승이자 멘토인 교수의 열린 생각과 발자취에 그녀가 직접 고민했던 문제들과 극복했던 노하우를 더해 그녀의 제자들과 여성과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그라이더 교수는 블랙번 교수의 과학에 대한 열정과 여성과학자로서의 삶을 배워 그녀의 자리에서 생물학 뿐만 아닌 다양한 분야의 과학계 여성과학자들이 단단하게 있도록 도우며, 교수의 “창시자 효과”의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는 자연계열 대학 입학생 성비의 50% 이상이 여학생인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진학이나 취업문은 여전히 좁고, 후에는 물이 줄줄 새는 파이프 마냥 여성의 경제활동률은 늘지 않고 경력 단절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선천적·사회적 역할에 의해 여성에게 가중되는 무게로 인력 구조상 하위 조직을 차지하는 유리천장에 갇힌 상태이다. [서울대학교 다양성 보고서 2016]6 따르면, 서울대의 여학생 비율은 학부생의 40.5%, 대학원생의 43.2%이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교원(교수) 여성 비율은 15% 현저한 차이를 보이며, 비전임 교원의 경우는 오히려 여성의 비율이 60% 높게 나타났다. 비교적 여성비율이 높은 보건복지부의 경우 전체 직원 여성 비율은 55.8%이나, 3 이상 고위 공무원 여성 비율은 34.5%7 불과하며, 비정규직 여성은 68.6%8 높은 비율을 보였다.

 

새는 파이프라인을 막고, 유리천장을 깨는 일은 국가의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과학계의 틀을 바꿀 때에 일어날 있다. 반세기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겐 여성과학자를 ‘여성’으로 보는 시각이 아닌, ‘과학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편견 없이 연구하고 취업할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열린 관점의 연구책임자 스승의 역할이 필요하다. 블랙번 교수와 그라이더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과학과 가정을 저울질하는 것이 아닌,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고 상생할 있는 연구 공동체가 필요하며, 기성 여성과학자들은 미래의 여성과학도를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언니들이여! 여기서 멈추지 말자!

과학을 사랑하고 연구를 업으로 삼으며, 공평한 기회를 주는 기관과 스승을 찾자. 조금 더디더라도 임신, 출산, 육아를 이해하고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갈 있는 연구 공동체를 만들자.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의 여성과학자는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평범한 과학자의 인생이 있도록, 여기서 멈추지 말자.

 

마법의 해결책은 없다. 창시자의 작은 노력이 세대를 거친 많은 노력 끝에 폭발하는 것처럼, 현재의 과학계와 여성과학자들의 노력이 디딤돌이 되어 미래 한국 과학계가 여성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본다.

 

 

1. 텔로미어 분야의 연구는 여초(女超)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생물학 분야이다.

2. 창시자 효과 (Founder effect) 집단유전학에서 개체군에서 낮은 빈도의 대립인자를 가진 몇몇 개체들이 새로운 곳으로 이주했을 , 대립인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https://ko.wikipedia.org/wiki/%EC%B0%BD%EC%8B%9C%EC%9E%90_%ED%9A%A8%EA%B3%BC)

3. https://www.nytimes.com/2009/10/13/science/13conv.html

4. https://www.the-scientist.com/profile/captivated-by-chromosomes-30181

5. http://www.womenaustralia.info/leaders/sti/pdfs/19_Carey.pdf

6. http://diversity.snu.ac.kr/sites/diversity.snu.ac.kr/files/board/policy/%EB%8B%A4%EC%96%91%EC%84%B1%EB%B3%B4%EA%B3%A0%EC%84%9C%20%EC%9D%B8%EC%87%84%EB%B3%B8.pdf; (세부 여성 비율: 자연과학부-학부생-22.5%, 대학원생-29.2%, 전임교수-9.3%, 농업생명과학부-학부생-38.6%, 대학원생-43.7%, 전임교수-5.7%)

7. http://www.kfdn.co.kr/33761

8.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235

 

 

본 글은 브릭 과학협주곡에 연재된 글입니다. 

원문링크: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6658&BackLink=L215Ym9hcmQvbGlzdC5waHA/Qm9hcmQ9bmV3cyZQQVJBMz00M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