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협주곡 2-22] 파이프 안의 물은 파이프를 고칠 수 없다

2019. 5. 18. 01:33과학협주곡

2006, 미국 국립 아카데미 (National Academies) Beyond Bias and Barriers; Fulfilling the Potential of Women in Academic Science and Engineeringⅰ이란 보고서를 통해, 과학계의 여성은 진로 단계에서 제도적, 환경적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장벽을 낮추기 위해 대학, 기업 정부 기관의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07 미국 국립 보건원 (NIH) NIH Working group on Women in Biomedical Careersⅱ를 창설하고, NIH 속한 여성과학자들과 NIH 연구비를 받는 여성과학자들에게 편견의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해 왔다. 그룹은 생명과학, 의학, 행동과학 공학 분야의 여성의 커리어에 대한 연구비 지원, 육아를 위한 유급 휴가의 연장, 휴가 은행 제도, 가족을 위한 단기간 보육 프로그램, NIH 직원들의 가족 친화적인 정책 지원에 대한 프로그램, 학회 출장 시의 보육 프로그램 지원 등의 NIH 내외의 여성과학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 지원을 하고 있다. 그중 가지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살펴보자면, Keep the Thread 프로그램은 6개월 이상 근무한 NIH내부의 특정 펠로우 (post-doc)에게 출산 입양 등으로 인해 연구와 가족에 대한 책임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한 조정 기간이 필요한 경우, 단기간 동안 펠로우십을 유지할 있는 프로그램이다. 파트타임(주당 16시간)으로 연구하며 가족을 돌볼 있으며, Scientific Director, Principal Director 동료들의 승인과 계획에 따라 운영되며, 최종 목적은 일터로의 “재진입”에 있다. 다른 프로그램은 Biosketch section modification to NIH grant applications”로서 NIH에서 연구비를 받아 수행하고 있는 초기 연구자들에게 개인적인 문제(가족 돌봄과 간병, 자신의 질병, 장애, 복무 등과 외의 개인 문제) 인해 커리어, 연구 계획과 성과 등에 지연이 예상될 경우, 개인 성명서를 제출함으로 연구 지연에 대한 허가를 받을 있다. 위의 가지 프로그램은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특정 조건이 주어진 연구자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지 정책의 이면에는 ‘소통’ 유연성’ 존재한다. 대부분의 여성 과학자 정책은 지원 제도에 신청하는 방향 소통으로 진행되는 반면, 위의 가지 정책은 ‘다자간 소통’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이자 경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펠로우의 신분을 유지하기는 하나 경제적인 손실이 생기는 상황과 연구 지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혹은 가족의 문제로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소속 기관 혹은 연구비 발주 기관에서 인지하고 정책으로 만들어 놓았다.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PI 동료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연구 계획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대체 상황과 기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끈”을 놓지 않을 있는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이전의 연구 환경으로의 재진입이고 지원받은 연구비에 대한 최종 계획서를 제출하는 있다.

출처: Nature Ecology & Evolution volume 3 , pages 3 – 6 ( 2019 )

 

가장 쉽게 ‘새는 파이프라인 (leaking pipeline) 현상’을 있는 커리어의 시기. 포스닥이나 초기 독립 연구자로 서야 상황에 시간은 걸리지만 포기하지 않도록 소통하고 유연하게 그들을 붙잡아주는 정책은 파이프 안에서 끊임없이 흐름을 놓지 않아야 하는 연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소통에 인색해 왔다. 학교와 연구실에서 개인의 문제를 드러내 놓는 것은 금기시되어왔고, 무엇보다 문제가 여성의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것이면 여성은 죄인이 마냥 스스로를 낮춰왔다. 헌법에도 교칙에도 사칙에도 금지된 적은 없지만, 대학원 입학시험, 기업의 취업 면접과 교수 임용에 있어서 아직도 결혼과 자녀의 유무를 물으며, 자녀가 있는데 제대로 연구할 있겠냐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이 2018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혁신의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의 선두에 과학계에서는 연구자 개인의 문제를 연구사업에 포용시키지 않는다. 과학자 누구나 자신의 연구와 경력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 앞에서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차선책을 제공하지 않는다.

“파이프 안의 물은 파이프를 고칠 수 없다”

소통과 유연성이 결여된 정부의 연구 지원사업에 대해 수주을 받는 입장에서 수동적으로 그들의 정책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수혜자의 필요와 상황에 그리고 시대 변화에 맞게 변화할 있는 ‘유연성’ 있는 정책 수립이야 말로 파이프를 고칠 있는 연장(tools) 되지는 않을까.

 

얼마 교수님의 고민을 들었다. 임신 중인 연구교수가 경력 단절이 안되도록 도와주고 싶고 기다려주고 싶은데, [결과 보고서]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있는 고민이었다. 이들의 고민에 응답하는 정책을 기다려본다. 부디 오래 걸리지 않길

 

 

본 글은 브릭의 [과학협주곡]에 연재한 글이다. 

원문링크: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0633&BackLink=L215Ym9hcmQvbGlzdC5waHA/Qm9hcmQ9bmV3cyZQQVJBMz00MQ==

 

[과학협주곡 2-22] 파이프 안의 물은 파이프를 고칠 수 없다

2006년, 미국 국립 아카데미 (National Academies)는 Beyond Bias and Barriers; Fulfilling the Potential of Women in Academic Science and Engineeringⅰ이란 보고서를 통해, 과학계의 여성은 각 진로 단계에서 제도적, 환경적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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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https://www.nap.edu/resource/11741/bias_and_barriers_summary.pdf

https://orwh.od.nih.gov/career/women-biomedical-car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