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mistry : a novel by Weike Wang

2019. 4. 7. 01:26서평

이민의 삶, 과학자의 삶, 여자의 삶이 공감되는 이야기.

“Diamond is no longer the hardest mineral known to man. New Scientist reports that lonsdaleite is. Lonsdaleite is 58 percent harder than diamond and forms only when meteorites smash themselves into Earth.”“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이 아니다. New Scientist 보고에 따르면 론스달라이트 (Lonsdaleite)는 다이아몬드보다 58% 강하며 운석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만 생성된다”

라는 말과 남자친구 에릭의 프러포즈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

 

화학과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이 주인공인 이 소설은 이민 1.5세로서 자라온 그녀의 어려움, 고난의 극복과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국 땅을 지고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온 그녀의 어머니와 맨해튼에서 잘 나가는 의사인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와 친구의 어린 딸을 통해 그녀 자신과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이야기이다.

두 번의 프로포즈와 남자 친구가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직을 잡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었을 때에도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를 떠나보낸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들어간 박사과정을 그만두고서도 부모님께 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과 그다지 평탄하지 못했던 부모의 결혼생활을 보고 자라고, 완벽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멋들어지게 할 줄 알았던 친구의 임신, 출산에 이은 가정 파탄 직전의 순간을 맞닥뜨리며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각을 서서히 바꾸어 가고 있다.

 

Chemistry 가 중국어로 hua xue라고 한다. Hua는 변한다, 녹는다의 의미이고 xue는 배운다는 의미이다. Xue 의 또 다른 의미는 눈(snow)이고 Hua의 또 다른 의미는 말하다 이다. 즉, 이 책의 제목인 Chemistry 는 ‘눈을 녹이다’와 ‘말하는 것을 배우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그녀에게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랑’이라는 것은 Chemistry의 중국어 해석처럼 관계 사이의 눈을 녹이고, 더 다가가기 위해 ‘말하는’것을 배우는 화학반응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두 여성 화학자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클라라 하버’와 ‘프리츠 하버’의 결혼이다. 클라라는 그녀의 학교에서 유일한 여성 박사학위 수여자였으며, 유능한 화학자였다. 프리츠의 두 번째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그녀는 프리츠에 의해 ‘가정 주부’로 살아가길 강요(demand)당하고, 프리츠가 염소가스를 개발하고 살상 무기로 쓰이는 것을 안 클라라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두 번째 결혼은 ‘마리 퀴리’와 ‘피레르 퀴리’의 결혼이다. 여러 번의 구애 끝에 결혼하게 된 마리는 3년 동안 함께 포로니움과 라듐을 발견하고, 8년째 되던 해에 노벨상 수상을 하게 된다. 여성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적이 없었기에 남편 피에르 퀴리만 수상 명단에 올랐으나, 피에르 퀴리의 요청(demand)에 의해 공동 수상을 하게 된다. 
모든 결혼은 두 극단적인 결혼의 중간에 있다는 생각을 한 그녀는 그녀가 보내주었던 과거에 남자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가장 강한 물질이 더 이상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처럼, 다이아몬드를 받으며 시작하는 결혼이라는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의 끝’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그녀의 부모님이 변한 것처럼, 그녀의 친구가 다시금 가정으로 돌아간 것처럼, 끊임없이 관계 속에서 변해가는 것이다.

그녀의 외할머니는 상하이에서 건축가였다.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바랬던 것은 ‘성공(Chu xi)’와 ‘효행(Xiao shun)’의 삶이었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와 그것들을 포기하고 살았던 그녀의 어머니의 삶과 죄책감이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처럼 그녀에게 유전되는 것이 어쩌면 그녀가 관계 속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